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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이란) 이스파한 여행 가이드 [사막의 옥상] 그런 질문 많이 받는다.'그런데 그렇게 오래 여행하면 빨래는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 그냥 하면 된다.귀찮을 때는 통째로 세탁소(Laundry shop)에 맡기기도 하고, 운좋게 세탁기가 있는 숙박시설에 묶게된다면 그 세탁기를 이용한다, 세탁과 건조가 척박한 환경(이건 추후 여행기에 쓰도록 하겠다)에서는 빨래를 포기하면 된다. 물론 거의 대부분은 손빨래를 해야한다. 난 온실 속의 화초처럼 매우 곱게 길러지고 그러한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빨래'가 뭔지 모른 채 17년 가까이 지냈었다.아마 처음으로 '빨래를 해야겠구나'라고 느꼈을 때가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살던 시절이다.사물함에서 체육복을 꺼냈는데 형용할 수 없는 악취가 났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난 빨래란 걸 할 줄 몰랐다.그제서야 .. 2017. 9. 5.
(여행기/이란) 이란 여행의 끝 혹은 재개 [케밥에 지쳐갈 때] 어제 발견한 고향의 맛집도 한계가 있었다.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케밥에 질린걸까?' 천천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곳에 도착하기 전 내가 여행했던 곳이 인도다.거의 두 달 가까이 인도를 여행했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했다.사실 인도에서 매일같이 먹던 커리나 탄두리치킨, 난, 차오멘(엄밀히 따지면 중국 음식이지만 인도 전역에 분포하고 있다) 같은 음식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았었다.그 정도로 맛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때는 생기 발랄하게 돌아다녔기 때문에 그 만큼 맛있게 음식을 먹었던게 아닐까? 난 아마 지쳐있을 뿐이다.거기까지 생각하고 다시 거리를 걸었다.케밥 냄새가 났다. '도저히 못 해먹겠다. 아르메니아로 가자.' 그렇게 난 갑작스레.. 2017. 8. 26.
(여행기/이란) 시오세 다리 [사막의 오아시스] 사실 이 도시 이스파한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이란이 거대한 사막의 나라라고 하면, 이 도시는 북쪽 자그로스 산맥에서 발원한 자얀데강이 도시 한 복판을 가로지르기 때문이다. 상상속의 오아시스라고 하면 온통 모래사막이 펼쳐져있고, 사막 한 가운데 어디쯤 푸른 빛으로 빛나는 호수가 보이고, 그 주변에는 야자수 몇 그루정도 서 있는 모습일게다. 하지만 호수 대신 강이 흐른다고 해서 그 곳이 오아시스가 아니라는 법은 없다. 우리 상상속의 오아시스가 '샘 오아시스'라면, 이 곳은 '하천 오아시스'정도 되는 셈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자얀데 강변에 세워진 다리들을 보러 가는 길이다. 숙소에서 자얀데강으로 걸어가는 길은 쉽다. 남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면 되는데, 이.. 2017. 8. 17.
(여행기/이란) 이스파한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들 [테헤란과 이스파한] 테헤란에서 만났던 일본인 친구들은 그렇게 말했었다."숙소 바깥으로 가기 싫어" 물론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다.나 역시 이란에 입국한 첫 날부터 경찰에 연행(?)당했으며, 툭툭 치고 지나가는 사람은 물론, 동양인 비하 발언을 서슴없이 일삼는 개구장이들을 만났기 때문이다.상황이 그 정도 되면 양자택일의 문제가 남는다. 떠날 것이냐? 남을 것이냐? 개개인의 사정은 있었겠지만, 테헤란에서 만났던 일본인 친구들은 이 나라(혹은 도시)를 떠나지도 않았고 남아서 여행을 하지도 않았다.호스텔에 고립된 채 제대로 남아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반대로 떠나지도 않았었다. 이스파한 둘째날.또 다시 일본인 친구를 만났다.테헤란에서 만났던 친구들 중 한 명은 아니었지만, 같은 동양인 여행자를 만났다는 사실로도.. 2017. 8. 10.
(여행기/이란) 세계의 절반 이스파한으로 [시라즈 - 카란디쉬 버스 터미널] 시라즈에서 보내는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오늘은 이스파한으로 갈 예정인데, 버스티켓은 어제 저녁 미리 예매해두었다.이 곳은 관광으로 유명한 도시 답게, 터미널 내부에 여행객들을 위한 안내소도 마련되어 있었고.외국인이 구매한 버스 티켓을 해독(?)하는 업무도 겸해주고 있다. 이렇게 출발 시간과 플랫폼을 아라비아 숫자로 친절하게 적어준다. 하지만 이란을 여행하고 있는 우리는 이미 아랍숫자를 해독할 수 있다.(테헤란 남부터미널에서 표를 예매하며 아랍숫자 학습에 대한 중요성을 배웠던 것이다)2017/07/12 - [세계일주 여행기/중동(Middle East)] - (여행기/이란) 골레스탄 궁전 그리고 전 미국대사관 물론 숫자를 봄과 동시에 읽어내려갈 정도로 능숙하진 못하지만, .. 2017. 7. 25.
히잡, 부르카, 차도르, 니캅. 뭐라 부르던 간에 집어던지는 원초적인 질문 하나 무슬림 여성들은 히잡을 쓴다. 이 정도 얄팍한 지식을 가진 채 나는 이란에 입국했다.부수적으로 따라붙는 기본적인 궁금증에 의거한 또 다른 지식은 '남자는 안 써도 된다' 였다.(물론 무슬림 남자들도 머리카락을 가리는 특유의 모자를 쓰는 것을 권유 받는다) 나의 단순한 사고는 그렇게 흘러간다. '나 = 남자 = 히잡 안써도 됨'혹은'나 = 종교 없음 = 무슬림 아님 = 관심 꺼버려도 됨' 그렇게 결론내리자, 내 머릿속에서 히잡, 부르카, 차도르, 니캅 뭐라 부르던 간에 무슬림 여성들이 머리에 뒤집어 쓰는(혹은 온 몸에 두르는) 그 것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당시 나의 단순하고 천박한 사고의 결론인 셈이었다. 이란의 거리에서 한 남매를 만난다. 남자 꼬마와 여자 꼬마 였는데, 어느쪽이 나이가 많은지는 그리 .. 2017. 7. 21.